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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태양계 탐사 임무를 띤 보이저 1,2호가 우주로 발사되었습니다.

 

쌍둥이 탐사선들은 그 동안 태양계 행성들과 위성들을 차례로 탐사하고, 해왕성 너머에서 지구 사진까지 찍어 보내왔습니다. 태양계 밖을 벗어난 보이저 호가 구름까지 도달하는데는 최소한 1만년이 걸릴겁니다. 가장 가까운 다른 별까지는 최소한 수만년, 가장 가까운 다른 문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까지는 최소한 수천만년이 걸릴겁니다. 보이저 호는 결국 다른 별들처럼 2억 5천만년을 주기로 은하계 중심을 하염없이 돌게 될겁니다. 그러다 혹시 먼 미래에 다른 문명에게 발견될지도 모릅니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과학자들은 그때를 위해 보이저 호의 동체에 지구인의 메시지 담긴 원판을 붙여두었습니다. 원판은 수백억년까지 보존될 수 있도록 금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보이저 호는 이제 지구인의 전령이라는 임무를 간직한 채 먼 우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4만 광년 거리에 떨어진 항성계, 그곳에는 푸른 색으로 빛나는 행성이 하나 있었습니다. 푸른 행성의 바다와 9개의 대륙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생명체중에는 스스로를 행성의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지적 생명체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과학 기술은 두 개의 위성에 자신들의 발자국을 남기고, 근접한 행성들에 탐사선을 보내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어느날, 탐사선 중 하나가 우주 공간을 떠도는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놀랍게도 그 물체는 자연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의 행성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외계에 어떤 존재가 만든 우주선이 분명했습니다. 그날은 푸른 행성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지적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한 날이 되었습니다. 외계의 우주선은 조심스럽게 행성의 연구소로 옮겨졌습니다. 오랜 우주여행으로 기계 장치 전반에 마모가 심했지만 한 부분 만큼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부분은 우주선 외부에 붙어 있는 금색의 둥근 판이었습니다. 둥근 판에는 묘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동그라미와 사각형들, 중심에서 뻗어나오는 선들과 파동을 암시하는 무늬들 이해할 수 없는 이 그림들은 외계인이 전하고자 하는 어떤 메시지가 분명했습니다. 둥근 판을 조심스레 떼어내자 속에서 또 다른 둥근 판이 나왔습니다. 새로 나온 둥근 판에는 양면으로 조밀한 홈이 파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둥근 판 부근에서 그림과 똑같이 생긴 기계 장치도 나왔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의견을 모았습니다. "겉의 둥근 판은 일종의 덮개에 불과하고 진짜 메시시는 속의 둥근 판에 있을 겁니다." "조그만 기계 장치는 아마 메시지를 출력하는 데 필요한 장치이구요." "그렇다면 덮개의 그림들은 메시지 출력을 위한 일종의 사용설명서이겠군요." 과학자들은 외계 언어로 된 사용설명서를 해독하기 위해 토의에 들어갔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의식 체계가 완전히 다른 고등 문명끼리 만난다면 어떤 언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시도할까요? 글쎄요, 각자의 언어라면 당연히 대화가 불가능하겠지만 우주에서 공통으로 통하는 언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우주에서 공통으로 통하는 언어라면.. 과학입니다. 물리학, 화학, 천문학은 우주에서 공통으로 통하는 자연 법칙입니다. 예를 들어 두 문명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라도 1 더하기 1은 2가 되지 않거나, 원소의 구성 상태가 다른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그러니까 외계 문명들이 처음 만난다면 1 더하기 1은 2,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면 수소, 이런 식으로 서로 대답할 수 있는 자연 법칙을 물어가며 대화를 시작할 겁니다. 실마리를 찾은 과학자들은 사용설명서 해독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과학자들이 연구소에서 씨름하는 동안 바깥 세상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다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푸른 행성 전역에 외교적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각국 정부들은 외계인의 메시지 속에 군사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과학 기술이나 무기 제조 기술이 들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외계 우주선을 독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종교계에서는 큰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푸른 행성 사람들도 예측불허의 자연현상과 원시적인 조직사회를 겪으면서 의식을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다양한 종교를 믿어왔습니다. 행성의 종교인들은 외계 메세지에 대해 각기 다른 해석을 내렸습니다. 대부분의 종교계는 덮개의 그림이 신의 메시지라고 주장했습니다. 포용적인 종교계에서는 신의 은총이 전 우주에 미치는 증거로 삼았지만 급진적인 쪽에서는 외계에 선교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종말론까지 대두되자 신도들의 숫자가 급증했습니다. 종교계 외에 뜨거운 관심을 받은 쪽은 외계인을 믿는 단체들이었습니다. 우주 개발이 시작된 이후 푸른 행성에서는 외계 비행체 목격담이 꾸준히 보고되었고 목격자들을 중심으로 단체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들은 이번 발견으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모든 외계인 단체들이 큰 지지를얻었고 어떤 단체는 신흥 종교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목격되었던 비행체들이 이번 외계 우주선과 모양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점은 끝내 해명하지 못했습니다. 각계각층의 혼란을 잠재우려면 외계인의 메시지를 하루빨리 해독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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